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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유전적 원인, 스타틴, 생활습관 한계)

by 바디리더 2026. 6. 14.

솔직히 저는 고지혈증이 제 얘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30대 후반, 식단도 나쁘지 않고 체중도 정상 범위였는데 건강검진 결과지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빨간색으로 찍혀 나왔습니다. 원인도 모른 채 6개월을 식단 조절에 쏟아부었고, 결국 약을 시작하고 나서야 제가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건강하게 먹는데 왜 수치가 높을까 — 유전적 원인

일반적으로 고지혈증은 기름진 음식을 즐기거나 운동을 안 하는 사람에게 생기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제 식습관이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고지혈증은 생활 습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합성하느냐는 상당 부분 유전적으로 결정됩니다. 부모님 중 한 분도 같은 진단을 받으셨는데, 당시에는 그 연결고리를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H)이라는 개념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FH란 간이 LDL 콜레스테롤을 과도하게 생성하거나 혈액에서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유전적 변이를 말합니다. 이 경우 아무리 식단을 바꿔도 수치가 정상 범위로 내려오기 어렵습니다.

콜레스테롤이 지방이 아니라 '지질'에 해당한다는 것도 이때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호르몬 합성이나 세포막 구성에 꼭 필요한 물질인데, 칼로리로 소모되지 않아서 과잉 생성되면 혈액 안에 그대로 쌓이게 됩니다. 결국 문제는 제가 뭘 먹었느냐보다 간이 얼마나 만들어내느냐에 더 가까웠던 겁니다.

6개월 식단 조절의 현실 — 생활습관 개선의 한계

저는 의사에게 약을 권유받은 뒤 망설이다가 스스로 식단부터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포화지방을 줄이고 채소 위주로 먹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했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재검사 결과는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수치가 '살짝' 내려갔다고 해야 할 정도였고, 목표치와는 여전히 거리가 있었습니다.

운동과 식습관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드라마틱하게 낮춰준다는 기대는,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물론 포화지방을 줄이고 불포화지방으로 대체하는 식이 변화가 LDL을 어느 정도 낮춰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있습니다. 실제로 식이 개선만으로 LDL을 10~15% 낮출 수 있다는 데이터도 있으니, "아무 의미 없다"고 단정하는 건 지나친 표현입니다.

다만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 합성 능력이 강한 사람에게는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목표 수치에 도달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운동과 식단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는 사람이 많지만, 고지혈증은 유전적 기전이 훨씬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망하기 쉽습니다. 저처럼 6개월을 쏟아붓고 나서야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생깁니다.

스타틴을 시작하기까지 — 약에 대한 두려움과 실제

증상이 없는데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게 처음엔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고지혈증은 이른바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릴 만큼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동맥경화가 진행되더라도 막히기 전까지는 별다른 신호를 주지 않습니다.

결국 스타틴을 시작했습니다. 스타틴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계열의 약물로,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고지혈증 치료제입니다. 약을 시작하고 나서 LDL 수치는 꽤 빠르게 안정됐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몇 주는 다리가 약간 무거운 느낌이 있었고 피로감도 있었습니다. 근육통이나 쥐나는 증상이 부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미리 들었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하지는 않았고, 몇 주 지나니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스타틴의 부작용 문제는 실제로 복약을 포기하게 만드는 주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증상이 없던 사람이 약을 먹고 나서 처음으로 몸에서 불편감을 느끼게 되면, 약이 문제를 만들어낸다는 느낌을 받기 쉽습니다. 미리 어떤 증상이 생길 수 있는지 알고 있으면 그 공포가 훨씬 줄어든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고지혈증 관리를 위해 확인해두면 좋은 수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LDL 콜레스테롤: 일반적으로 130mg/dL 미만, 심혈관 위험군은 100mg/dL 미만 권고
  •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남성), 50mg/dL 이상(여성)이 권고 기준
  • 중성지방(트라이글리세라이드): 150mg/dL 미만이 정상 범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개인의 심혈관 위험도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BMI가 정상이어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 — 내장지방의 함정

체중이 정상 범위라도 고지혈증 진단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고, 주변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꽤 있습니다. 이때 BMI만 보고 '나는 비만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넘기는 건 위험할 수 있습니다.

BMI(체질량지수)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지표입니다. 그런데 이 지표는 근육과 지방을 구분하지 못하고, 지방이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를 전혀 반영하지 않습니다. 특히 팔다리는 가늘고 복부에만 지방이 집중된 '마른 비만' 체형은 BMI로는 정상으로 나오지만 대사 이상 위험이 오히려 높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건강에 더 중요한 것은 내장지방입니다. 내장지방이란 복강 안쪽 장기 주변에 쌓이는 지방으로, 피하지방과 달리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끌어올립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낮은 BMI에서도 내장지방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 국내 비만 기준이 서구권과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솔직히 저는 체중이 정상이라는 이유로 이 부분을 한동안 무시했습니다. 나중에 복부 둘레와 체지방 분포를 확인하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BMI 하나만 보고 안심하기보다는, 허리 둘레나 체성분 검사를 병행해서 내장지방 수준을 파악하는 게 훨씬 실질적인 접근입니다.

고지혈증을 관리하면서 느낀 건, 이걸 내 잘못으로만 보지 않게 됐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꽤 중요했다는 겁니다. 유전적으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만드는 체질이라는 것, 그리고 그걸 약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괜히 자책하던 시간이 줄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LDL 수치가 높게 나왔다면, 식단만 바꿔서 해결하려는 시도를 너무 오래 끌기보다는 주치의와 솔직하게 상담해보시길 권합니다.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건 여전히 의미 있지만, 그것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약물 치료를 미루는 것이 오히려 혈관 건강에 손해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 방향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9C59ErHt9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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