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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30대 초반,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쏟아질 것 같던 그 순간 이후로 저는 '피하는 것'이 답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 착각이 얼마나 깊은 구렁텅이를 만드는지, 직접 겪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공황장애 공황발작, 신체 이상이 없다는 말이 왜 더 무서울까

    응급실에서 심전도 검사, 혈액 검사까지 받았는데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저는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분명히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숨이 막혔는데, 몸은 멀쩡하다니요. 그게 오히려 더 불안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공황발작(panic attack)의 특징입니다. 공황발작이란 갑작스럽게 극심한 공포감과 함께 심박수 상승, 호흡 곤란, 손발 저림, 어지럼증 같은 신체 증상이 5~10분간 폭발적으로 나타나는 상태입니다. 신체 기관 자체는 이상이 없지만, 자율신경계가 과활성화되면서 실제 위협이 없는데도 뇌가 위험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공황발작 이후 상태가 반복되거나 재발에 대한 공포가 지속되면 공황장애로 진단됩니다. 국내 공황장애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21만 명을 넘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저는 당시 이 개념을 몰랐기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쓰러지는 건 아닐까" 같은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이것이 파국화 사고(catastrophic thinking)입니다. 파국화 사고란 작은 신체 신호를 극단적인 재앙과 연결 짓는 인지 왜곡으로, 실제 확률과 무관하게 최악의 결과만을 현실처럼 받아들이는 사고 패턴입니다. 나중에 상담을 받으면서 이 패턴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제가 정확히 그 함정 안에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회피행동, 피할수록 세계가 좁아지는 이유

    지하철을 한 번 피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요? 저는 처음에 "지하철만 안 타면 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자 버스도 불안해졌고, 엘리베이터도 꺼려졌습니다. 혼자 마트에 가는 것조차 긴장됐습니다. 생활 반경이 집 근처 반경 몇 블록으로 줄었습니다.

    이 과정이 회피행동(avoidance behavior)이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회피행동이란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피함으로써 단기적으로 불편함을 줄이는 행동 패턴입니다. 문제는 피할 때마다 뇌가 "그 상황은 위험하다"는 신호를 재확인하면서 불안 회로가 점점 강화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회피 대상이 하나씩 늘어나고, 결국 일상 전체가 불안의 지뢰밭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회피하면 불안이 줄어든다고 느껴지지만, 제 경험상 이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피할수록 다음번 상황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상담사가 권유한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를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노출 치료란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에 단계적으로 직면하면서 "이 상황이 실제로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학습하는 인지행동치료의 핵심 기법입니다. 처음엔 지하철 플랫폼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었지만, 반복할수록 증상이 와도 죽지 않는다는 걸 신체가 기억하기 시작했습니다.

    불안 증상의 세 가지 층위를 이해하면 회피행동이 왜 문제인지 더 명확해집니다.

    • 신체적 불안: 심박수 상승, 호흡 곤란, 발한, 어지럼증 등 생리적 반응
    • 인지적 불안: "나쁜 일이 생길 것이다", "감당할 수 없다"는 재앙적 사고
    • 행동적 불안: 특정 장소나 상황을 피하는 회피 반응

    이 세 가지가 서로 맞물려 증폭되기 때문에, 어느 한 층위만 건드려서는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습니다.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다루는 접근법으로 공황장애와 사회공포증 치료에서 가장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법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출처: 대한불안의학회).

    인지행동치료, 실제로 써봤을 때 달랐던 것들

    상담 과정에서 배운 방법들 중 실제로 효과를 느낀 것들이 있었습니다. 걱정을 종이에 적어보는 방법이 그중 하나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던 생각이 종이 위에 적히면 놀랍도록 작아 보였습니다. "이게 다였나?" 싶을 정도로 별것 아닌 내용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생각은 확장되지만 글자는 고정되니까요.

    복식호흡(diaphragmatic breathing)도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복식호흡이란 흉부가 아닌 횡격막을 사용해 천천히 깊게 숨을 쉬는 방법으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교감신경의 과각성 상태를 낮추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일부 자료에서 "복식호흡은 마치 진정제를 복용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이 비유가 다소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복식호흡이 생리적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약물의 작용 속도와 효과 크기는 전혀 다른 차원입니다. 기대를 너무 높게 잡으면 효과가 없을 때 더 실망하게 됩니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는 연습도 병행했습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특정 상황을 통제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믿음이 낮을수록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이 증폭됩니다. 저는 과거에 불안한 상황을 어떻게든 넘겼던 기억들을 일부러 꺼내서 적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작은 성공 경험을 쌓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자가 관리 방법이 도움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황장애나 사회공포증은 인지행동치료와 약물 치료의 병행이 표준 치료입니다. 자가 관리만으로 해결하려다 전문 치료 시기를 늦추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봤고, 저도 처음에 그런 함정에 빠질 뻔했습니다. 증상이 일상을 침범하기 시작했다면, 자가 관리는 치료의 보조 수단이지 대체 수단이 아닙니다.

    공황발작을 처음 경험하고 나서 지금까지 오면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불안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불안은 없애야 할 적이 아니라, 제가 무언가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만약 비슷한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면,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 전문가를 먼저 만나보시길 권합니다. 피하는 것보다 마주하는 쪽이 결국은 빠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youtu.be/Bop0ueRjS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