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에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왔을 때, 저는 당연히 새우와 조개부터 끊었습니다. 그리고 건강식품이라는 말만 믿고 코코넛 오일을 요리에 열심히 썼습니다. 두 가지 판단이 모두 반대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콜레스테롤 관리, 무엇을 줄여야 하는지보다 어떤 원리로 수치가 오르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 새우보다 코코넛 오일이 문제였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하면 대부분 새우, 조개, 게처럼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음식부터 떠올립니다. 저도 그랬고, 한동안 좋아하는 해산물을 식탁에서 완전히 치웠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음식에 직접 들어 있는 콜레스테롤이 아니라 포화지방(saturated fat)입니다. 여기서 포화지방이란 탄소 사슬에 수소가 꽉 채워진 지방산으로, 상온에서 고체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고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촉진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새우나 조개는 콜레스테롤 자체는 높아 보이지만 포화지방 함량은 낮습니다. 결국 혈중 수치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반면 제가 건강을 위해 꾸준히 사용했던 코코넛 오일은 포화지방 함량이 약 80~90%에 달합니다. 코코넛 오일이 건강식품처럼 알려져 있지만, 미국심장협회(AHA)는 2017년 코코넛 오일의 일상적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습니다(출처: 미국심장협회). 제가 수치를 올리는 데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코코넛 오일이었던 셈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인스턴트 커피의 크림도 신경 써야 합니다. 믹스커피에 들어가는 크림은 팜유나 코코넛 오일로 만들어집니다. 팜유(palm oil)는 팜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오일이지만 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혈중 LDL 콜레스테롤, 즉 흔히 말하는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줍니다.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믹스커피를 블랙커피로 바꿨고, 코코넛 오일 사용도 줄였습니다. 다음 검진에서 수치가 실제로 개선됐습니다.
포화지방이 많아 주의해야 할 식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코코넛 오일, 팜유가 포함된 가공식품(믹스커피 크림, 일부 빵류)
- 삼겹살, 베이컨 등 지방이 많은 육류
- 아이스크림, 버터 등 유지방이 많은 유제품
새우나 조개는 적당량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많은 사람이 반대로 알고 있는 부분입니다.
혈관 경화와 생활 습관, 회복 가능한 범위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면 혈관 건강 전반에 문제가 생깁니다. 구체적으로는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죽상경화증이란 혈관 내벽에 지질, 염증 세포, 섬유 조직 등이 쌓여 플라크(plaque)를 형성하고, 혈관이 점점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 상태가 심해지면 혈류가 막혀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생활 습관을 바꾸면 혈관이 회복된다는 말은 일부는 맞고 일부는 과장입니다. 제 생각에도 이 부분은 정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스타틴(statin) 계열 약물 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하면 플라크가 안정화되거나 일부 크기가 줄어드는 사례가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스타틴이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검증된 치료제입니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죽상경화증 플라크가 생활 습관 개선만으로 완전히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회복"이라는 표현은 그 한계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받아들여야 합니다.
흡연이 혈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마찬가지입니다. 흡연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활성산소(reactive oxygen species)를 발생시킵니다. 여기서 활성산소란 산소가 불완전하게 대사될 때 생기는 불안정한 분자로, 혈관 내벽의 세포를 직접 손상시켜 염증 반응을 유발합니다. 금연 후 심혈관 위험이 빠르게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3년 금연만으로 비흡연자와 동일한 수준이 된다"는 표현은 과장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심혈관 위험이 비흡연자 수준에 가까워지기까지는 연구에 따라 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출처: 대한심장학회).
만성 스트레스 역시 혈관 건강을 해치는 경로로 작용합니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cortisol) 분비가 늘어나고, 이는 혈압 상승, 혈당 상승, 고지혈증을 함께 유발할 수 있습니다. 코르티솔이란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단기적으로는 적응 반응이지만 만성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신진대사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가 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검진 수치 하나가 제 식습관 전반을 다시 보게 만들었습니다. 먹는 것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성분이 어떤 경로로 수치에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하고 나서야 실질적인 변화가 가능했습니다. 지금도 새우와 조개는 적당히 먹고, 믹스커피는 블랙으로 바꿨고, 코코넛 오일은 아예 쓰지 않습니다. 혈관 건강은 특정 음식을 전면 금지하는 방식보다 어떤 원리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쪽이 훨씬 오래 지속되는 관리로 이어집니다. 검진 결과가 걱정된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무엇이 실제로 수치에 영향을 주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건강 상태나 치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